Ma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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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같은 순간 같은 거. 그런게 있긴 있더라.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 앞으로 더 많이 보이려나. 내가 좀 더 눈을뜨고,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두고 싶다
- 혜지와 말을 하면서 생각이 정리되었다
- 술 보다는 말
- 손에 잡히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샤이니도 포함 ㅋㅋ)
정전을 겪어본 것의 대부분은 실내에서 였다. 하지만 방금 전 저녁을 사먹으러 나가던 중 도로 옆 상가의 간판을 시작으로 주택가의 불이 순식간에 꺼져버리는 모습을 보았다. 외부에서 바라본 첫정전이었다. 이게 무슨일인가, 상황 판단도 못할때쯤 약속이나 한듯이 모든 주민들이 웅성대며 상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정전인가봐, 이게 무슨일이래.”
“그 쪽도 정전이여? “
확실히 정전이었다. 가던길을 잠시 멈추고 서있었다. 정전되어 순식간에 빛이 사라지는 모습도 그렇지만 동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상가에서, 주택가에서 나와있는 모습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다른분들의 얼굴이 정전에 대한 걱정보다는 뭔가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는 표정으로 읽혀졌다.(순전히 내 오해일수도-사실 내가 재밌었으니)
10분이 지났을때쯤 다시 불은 켜지고 사람들은 상가로, 집으로 들어갔다. 별거아닌 순간이었지만 빛이 사라진 순간에 곳곳에서 사람들이 튀어나와 한가지 주제에 대해 웅성거리는 그 소란스런 장면을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한낮의 지하철. 저 멀리서 한 청년이 걸어오고 있었다.
멀쩡하게 생긴 이십대중반쯤으로 보였던 그 청년에 시선을 둘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그가 쓴 모자 때문이였다. 검은 모자에, 궁서체의 텍스트 - 곧미남
잡지를 읽고 있었기 때문에 당혹스러움과 웃음을 몰래 숨기고 가만히 앉아 그를 곁눈질 하며 쳐다보았다.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여1,2는 영 웃음을 참을 수 없는지 입가에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은 웃음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나도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큭큭 댔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그 청년은 내 옆이 비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앉았다. 잡지를 읽는 척 하면서 그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 그 청년은 검은 서류가방 같은곳에서 스멀스멀 뭔가를 꺼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고구마
조심스레 삶은 고구마의 껍질을 살살 벗겨가며 야금야금 먹고 있었다. 그 순간 킥킥대고 싶었지만, 마침 내려야 할 역앞에 도착했기 때문에 그 이후의 행동에 대해 관찰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하철에서 내렸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며 방금 전 상황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내가 웃었던 이유는 물론 그 청년 때문이었지만- 내리는 순간에 흐렸던 날씨가 갑자기 환해져서 그렇기도 하고, 청량한 공기가 좋아서 그렇기도 하고, 궁극적으로 최근 내가 괜히 심각하게 있었던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웃은것 같기도 하다. 물론 웃게한 상황을 제공한 건 그 청년 때문이었지만 웃음을 터뜨리게 되었을 그 순간에는 앞의 저런것들이 조합되어 정말 온전하게 날 웃게 만들었다. 어쨋거나 웃음을 준 그 청년에게는 고마웠다.
+ 지하철에는 무섭고 지루한데다 미치고 화난 사람들도 많지만, 종종 웃음을 주는 이들도 많다. 허공에서 헤엄치며 수영하던 사람, 정장입고 생크림케잌 먹던 남자, 뮤지컬 노래 부르던 여자, 만두먹는 연인, 100미터 달리기하는 중고딩, 헤드폰쓰고 격렬한 춤추던 남자. 안들리는 줄 알고 노래부르는 여자. 등등- 귀여운 사람들.
충무로 중부경찰서쪽 가는길
옥상위에서 사진을 찍던 남자는 지난 겨울에도 똑같이 저 포즈로 저러고 있었는데..
도보위에서 김진명의 ‘무궁화 꽃을 피었습니다’를 열심히 읽고 있던 아저씨도 지난 겨울에 똑같이 저 포즈로 저러고 있었는데…
몇개월이 지났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똑같이 그런 포즈로 있을 수 있는건지.
트루먼쇼가 따로 없네.
물론 변하지 않는 것들이나 그대로인 것들에 대해서 안도하거나 감사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때때로 끔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절대로 변하지 않을것만 같은 상황이나 풍경 그리고 사람. 그리고 나도 포함?(사실, 이런 경우가 즐비하다)
털 있는 것들이 주는 안정감.
이를테면, 개 고양이 양 곰인형 등등.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모레아